과거 저를 돌아보면 사람이 바뀐다는 믿음에
선후배에게, 사촌에게, 가족에게
돈을 어떻게 아끼고 - 모아서 - 불리는지
열변을 토했읍니다.
지금으로 보면 정말 생산성 떨어지고
바뀌지도 않을 사람들을 앉혀 놓고요.
사람 바꾸는게 어렵단걸 늦게 깨달았고,
사실은 그걸 알면서도 저한텐 소중한 사람이라
어떻게든 바꿔보려 했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너가 생각하는 대로 살아라' 하는게
효율적 인생을 사는 스킬이라
생각하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꽤 오래전 큰고모가 돌아가시고,
작년에 고모부까지 돌아가시고 나서
그보다 더 일찍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그리마를 보며
알새우칩을 아가리에 털어넣다가
문득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대학 신입때 서울 처음 올라 온 그해 3월,
큰고모를 역삼 GS타워에서 만났는데
얼굴좀 보러 나오라고 해서 나간 자리가
서울대의대 교수님의 자제분 결혼식이었습니다.
웨딩카가 S클래스 인것도 인상깊었고
결혼식을 보며 밥먹는게 신기했고,
밥이 코스로 나오는것도 신기했습니다.
고모부는 인사한다고 정신이 없으셨고
고모가 많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사실 대화내용은 거의 다 휘발되었고,
'니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아무것도 모르니
이런 자리에서 느끼는게 많을거 같아 불렀다.'
이 말씀만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고모 덕에 제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바뀌 었을까요?
일말의 자극도 없이 그냥
반발심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부잣집 도련님도 아니었고
집에 S클래스도 없었으니까요.
애초에 그냥 아무것도 수용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상태이고
자극을 줘도 바뀌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고모는 어떻게든 병신하나 인간 만들어서
더 큰 욕심을 가질 수 있게 하려고
일흔 넘으신 노인이 스무살 먹은 조카를
강남으로 불러 내 밥을 사 주고
결혼식을 데려가고
커피집에 앉혀놓고 정신교육을 하곤 하셨습니다.
그게 얼마나 고맙고도 하기 힘든일인지를
알게 된건 그로부터 15년은 훌쩍 지나서 이고요.
이미 고모는 돌아가셨을 때 이지만.
지금도 조카나 동생들 보면 사는게 병신같아,
냉소적으로 외면하고 말아도
저 역시 돌이켜 보면
누군가의 연민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그때 마다 굳이 안그래도 되는분들이
나서서 가이드를 해 주셔서
그나마 지금은 인두겁 쓰고 사람흉내 내면서
회사도 다니고 가정도 꾸리고 글도 쓰구요.
참 감사하면서도 겸손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한편으론 고모가 제게 그랬던 것 처럼
저 역시 인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는 명제에 대해
작은 도전을 또 해 봐야겠습니다.
겸손 또 겸손.
[출처]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병신이었다|작성자 하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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